조기 위암 '완치' 5년, 이제 내시경 끊어도 될까요?

조기 위암 '완치' 5년, 이제 내시경 끊어도 될까요?

"선생님, 5년 지났으니 이제 졸업이죠?" 조기 위암을 내시경으로 떼어낸 분들이 진료실에서 가장 많이 하시는 질문입니다. 암 치료에서 '5년'은 완치를 가늠하는 상징적인 숫자니까요. 그런데 위에 관해서만큼은 이 졸업식을 조금 미뤄야 할 것 같습니다. 국내 연구팀이 "5년이 지나도 새 위종양 위험은 오히려 커진다"는 장기 추적 결과를 내놓았기 때문입니다.

876명을 길게 지켜봤더니

아주대병원 소화기내과 박종선 교수팀은 2005~2020년 내시경 점막하 박리술(ESD)로 조기 위암을 치료하고 완치 판정을 받은 환자 876명을 분석했습니다. 결과는 국제 학술지 'Endoscopy'에 2026년 10월 실렸습니다.

핵심 숫자는 두 개입니다. 치료한 위의 다른 자리에 새로 생기는 종양, 이른바 '이시성 위종양'의 누적 발생률이 치료 후 5년 시점에는 10.8%였는데, 10년 시점에는 26.7%로 뛰었습니다. 2.5배쯤 늘어난 셈입니다. 쉽게 말해 열 명 중 한 명꼴이던 위험이 네 명 중 한 명꼴 이상으로 커진 거죠. '5년 무사 통과 = 안전지대 진입'이라는 공식이 위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ESD는 배를 열지 않고 위를 보존할 수 있는 고마운 치료입니다. 건강보험 자료로 보면 ESD 조기 위암 치료 건수는 2012년 7,020건에서 2021년 1만 1,286건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위를 남겨 둔다는 건 장점인 동시에, 남은 위를 계속 살펴야 한다는 숙제이기도 합니다.

특히 조심해야 할 두 부류

연구팀은 위험을 키우는 요인도 짚었습니다.

첫째, 위암 가족력입니다. 부모·형제자매·자녀 중 위암 환자가 있으면 새 위종양 위험이 약 2.1배 높았습니다. 연구팀은 유전적 소인에 더해 헬리코박터균 감염이나 식습관처럼 가족이 함께 나누는 환경의 영향도 있을 것으로 봤습니다. 짠 찌개를 한 냄비에서 떠먹던 세월이 괜히 무서워지는 대목입니다.

둘째, 광범위한 장상피화생입니다. 위 점막이 오랜 염증 끝에 장 점막처럼 바뀐 상태인데, 이것이 넓게 퍼져 있으면 위험이 무려 6.5배까지 올라갔습니다. 또 시술 전 조직검사보다 최종 병리 결과에서 병변이 더 진행된 것으로 나온 경우에는, 처음 5년엔 차이가 뚜렷하지 않다가 5년 이후 위험이 높아지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늦게 터지는 변수'인 셈이죠.

국가검진 2년 간격과는 다른 이야기

헷갈리기 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40세 이상이면 2년마다 받는 국가 위암검진은 '일반인'을 위한 기준입니다. 조기 위암 치료를 받은 분은 치료 후 추적관찰이라는 별도 트랙에 계십니다. 국내 내시경 치료 지침은 근치적 절제 후 6~12개월 간격의 위내시경 추적을 권고합니다. 박 교수는 "5년이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추적을 일률적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물론 나이, 동반 질환, 기대 여명 등을 주치의와 함께 따져 간격과 지속 여부를 정하는 게 원칙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 치료 5년 차라면 '졸업'이 아니라 '진급'으로 생각하세요. 다음 내시경 일정은 담당 의사와 상의해 정하시고, 스스로 끊지 마세요.
  • 가족력이 있다면 진료실에서 꼭 말씀하세요. 위험도 판단에 직접 반영되는 정보입니다.
  • 장상피화생 진단을 받으셨다면 그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 물어보고 기록해 두세요.
  • 헬리코박터 감염이 확인됐다면 제균 치료 후 성공 여부까지 확인하는 게 연구팀의 조언입니다.
  • 가족에게도 공유하세요. 가족력은 내 위험이자 가족의 위험이기도 합니다.

일상에서는 싱겁게 먹기, 금연, 절주 같은 기본기가 여전히 위를 지키는 든든한 바탕입니다. 그 위에 그리스 사람들이 오래 곁에 두어 온 천연 수지, 매스틱 같은 전통 소재로 생활 속 건강 습관을 더해 보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겠지요. 다만 치료와 정기 내시경이 늘 먼저라는 점, 잊지 마세요.

위암 완치의 진짜 비결은 '5년 버티기'가 아니라 '꾸준히 들여다보기'입니다.


참고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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