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하면 전기가 찌릿? 잇몸 세균 잡는 '자가발전 칫솔' 등장

양치하면 전기가 찌릿? 잇몸 세균 잡는 '자가발전 칫솔' 등장

칫솔에 배터리도, 충전선도 없는데 전기가 생긴다면 믿으시겠습니까? 공상과학 영화 이야기가 아닙니다. 중국 베이징대 구강의학원 연구팀이 양치하는 힘만으로 전하를 만들어 세균을 공격하는 칫솔을 개발했고, 그 결과가 11월 4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실렸습니다. 국내 언론에도 11월 6일 일제히 소개되면서 "이제 칫솔도 전기로 싸우는 시대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는데요. 무엇이 새롭고, 우리 욕실 칫솔꽂이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정리해 드립니다.

칫솔모가 휘면 전기가 생긴다

비밀은 칫솔모 소재에 있습니다. 연구팀은 일반 나일론 대신, 누르거나 휘면 전하가 생기는 '압전' 플라스틱인 PVDF(폴리불화비닐리덴)로 칫솔모를 만들었습니다. 양치할 때 칫솔모가 치아에 닿아 휘어지면 전하가 발생하고, 이것이 침이나 물과 만나 활성산소를 만들어 세균의 세포막을 손상시키는 원리입니다.

연구팀이 활성산소를 없애는 물질을 넣어 보니 항균 효과가 대부분 사라졌다고 합니다. 결국 '전기가 만든 활성산소'가 핵심 무기라는 뜻이죠. 손목 힘이 곧 발전기인 셈이니, 양치를 대충 하면 전기도 대충 나온다는 웃픈 결론도 가능하겠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양치를 마친 뒤에도 칫솔모에 약한 전하가 남아, 세균이 칫솔에 달라붙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연구팀이 설명했다는 것입니다. 축축한 욕실 칫솔꽂이가 세균의 단골 휴게소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반가운 대목입니다. 배터리가 필요 없으니 충전을 깜빡해 "오늘은 그냥 손으로 닦자"며 타협할 일도 없겠지요.

실험실 성적표: 78% vs 8%

실험실 결과는 꽤 인상적입니다. 충치균인 뮤탄스균은 새 칫솔모가 약 53%를 제거한 반면 나일론 칫솔모는 약 9%에 그쳤습니다. 잇몸병의 대표 원인균인 진지발리스균(P. gingivalis)은 약 78% 대 약 8%로 차이가 더 컸습니다. 사람의 치태를 소의 치아 법랑질에 붙여 만든 세균막(바이오필름)은 99% 넘게 제거됐고, 나일론은 약 80%였습니다.

성인 115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도 진행됐습니다. 참가자를 새 칫솔과 나일론 칫솔 그룹으로 나눠 3개월간 하루 두 번 양치하게 했더니, 새 칫솔 그룹에서 치태, 잇몸 염증, 잇몸 출혈이 더 줄었다고 합니다. 3개월 모의 사용 뒤에도 칫솔모 구조와 전기적 성질이 유지됐고, 생쥐 세포 실험에서 독성이나 법랑질 손상은 뚜렷하지 않았다고 연구팀은 밝혔습니다.

아직 '신상 칫솔'을 장바구니에 넣기엔 이릅니다

다만 흥분은 잠시 내려놓으셔도 좋겠습니다. 78%, 99% 같은 숫자는 실제 입속이 아닌 실험실 조건에서 나온 값입니다. 임상시험도 115명, 3개월로 규모와 기간이 작습니다. 전문가들은 일반 칫솔이나 전동칫솔보다 임상적으로 낫다는 것을 보여주려면 대규모·장기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사람에서의 장기 안전성, 생산 비용, 실제로 충치나 잇몸병을 예방하는지도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신기술이 나오기 전까지 우리 잇몸을 지키는 무기는 여전히 기본기입니다.

  • 세균막은 '문질러야' 깨집니다. 이번 연구도 결국 세균막을 얼마나 잘 없애느냐의 싸움이었습니다. 하루 두 번 이상, 잇몸 경계까지 꼼꼼히 닦아 주세요.
  • 칫솔이 못 닿는 곳은 치실과 치간칫솔로. 치아 사이는 어떤 칫솔모도 완벽하게 닿기 어렵습니다.
  • 잇몸 출혈은 신호입니다. 양치할 때 피가 자주 난다면 칫솔을 바꾸기 전에 치과 검진부터 받아 보세요. 잇몸 질환은 치료가 먼저입니다.
  • 칫솔은 소모품입니다. 모가 벌어진 칫솔은 세균막을 제대로 긁어내지 못합니다.

전기 칫솔모가 일상이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르지만, 그날까지는 꼼꼼한 손목이 최고의 발전기입니다. 매일의 양치 시간에 오래전부터 그리스 사람들이 입을 상쾌하게 하는 데 써 온 매스틱 같은 자연 성분을 곁들여, 잇몸 관리 습관을 한 단계 올려 보시면 어떨까요?

오늘 밤 양치는 1분만 더, 잇몸 경계까지 꼼꼼하게!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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