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시경은 깨끗한데 속은 왜 계속 탈이 날까? 범인은 '불안'일 수도

내시경은 깨끗한데 속은 왜 계속 탈이 날까? 범인은 '불안'일 수도

"내시경 결과 깨끗합니다." 의사에게 이 말을 듣고 안심했는데, 집에 오는 길에 또 명치가 더부룩해진 경험 있으신가요? 검사로는 이상이 없는데 소화불량과 복통이 계속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그런데 이런 증상이 유독 심한 사람들에게 공통으로 보이는 마음의 신호가 있다는 국내 연구가 이번 주 소개됐습니다. 위장이 아니라 '불안'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480명을 분석했더니, 가장 강한 신호는 '불안'

원광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와 소화기내과 공동 연구팀은 2020년 5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이 병원 소화기내과에서 기능성 위장관 질환을 진단받은 환자 480명을 분석했습니다. 기능성 위장관 질환은 검사에서 뚜렷한 구조적 이상이 없는데도 소화불량, 복통, 변비 같은 증상이 반복되는 상태로, 기능성 소화불량과 과민성 장증후군이 대표적입니다. 요즘 의학계는 이를 '장-뇌 상호작용 장애'라고도 부릅니다. 장과 뇌가 서로 신호를 주고받는다는 뜻이죠.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배가 살살 아팠던 기억을 떠올리면, 이 둘이 얼마나 '절친'인지 금방 이해가 되실 겁니다.

연구팀은 환자를 증상이 가벼운 그룹(281명)과 심한 그룹(199명)으로 나눴습니다. 그 결과 증상이 심한 그룹의 불안 점수는 평균 18.9점으로, 가벼운 그룹(9.9점)의 약 1.9배였습니다. 우울 수준도 심한 그룹에서 유의하게 높았습니다. 이 연구는 SCIE 학술지인 'Journal of Neurogastroenterology and Motility' 2026년 10월호에 실렸습니다.

지표 17개나 불안 1개나, 예측력은 비슷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머신러닝 분석입니다. 연구팀은 불안, 우울, 어린 시절 외상 경험, 사회적 지지, 회복탄력성, 성격 특성 등 심리 지표 17개를 모두 넣은 모델과 불안 하나만 넣은 모델의 예측력을 비교했습니다. 결과는 AUC 0.753 대 0.750. 거의 차이가 없었습니다. 수많은 지표를 다 따지지 않아도 불안 하나가 증상의 중증도를 상당 부분 설명했다는 뜻입니다.

불안 중에서도 근육 긴장 같은 신체 증상과 주관적인 두려움이 중증도와 가장 밀접했다고 합니다. 어린 시절 외상 경험은 심한 그룹에서 더 많이 보고됐지만, 불안과 우울을 함께 고려하면 독립적인 예측 요인은 아니었습니다.

단, "불안 때문에 아프다"는 아닙니다

여기서 오해는 금물입니다. 이 연구는 한 시점에서 측정한 결과라 불안이 증상을 일으키거나 악화시킨다는 인과관계를 증명하지는 못합니다. 속이 계속 불편하니 불안해졌을 가능성도 있으니까요. 연구팀도 앞으로 장기 추적 연구와 생체지표 분석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윤성훈 교수는 검사에서 뚜렷한 이상이 없는데 위장 증상이 오래 지속된다면 정신과 진단 여부와 관계없이 불안을 함께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 경고 신호는 꼭 먼저 확인하세요. 약을 먹어도 2~3주 이상 증상이 계속되거나, 이유 없는 체중 감소, 빈혈, 검은 변이 있다면 진료와 검사가 우선입니다. 위암 가족력도 의사에게 알려 주세요.
  • 검사가 정상이라면 '마음 체크'도 진료의 일부입니다. 이유 없이 몸이 긴장되고 걱정이 끊이지 않는다면 의료진에게 솔직히 말씀하세요. 인지행동치료 같은 장-뇌 행동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식사는 천천히, 규칙적으로. 과식과 급하게 먹는 습관은 예민한 위장에 부담을 줍니다.
  • 긴장을 푸는 나만의 루틴을 만드세요. 가벼운 산책, 복식호흡, 충분한 수면은 몸과 마음 모두에 좋은 기본기입니다.

증상이 이어진다면 진료가 먼저이고, 그다음은 편안한 식탁과 생활 습관입니다. 거기에 지중해 사람들이 오랫동안 곁에 두어 온 매스틱 같은 자연의 선물로 하루 건강 루틴을 채워 보시면 어떨까요?

속이 보내는 신호, 이제는 마음까지 함께 들어 주세요.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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