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장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12개국 1,015명의 장내 세균 지도

도시의 장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12개국 1,015명의 장내 세균 지도

편리한 배달 음식, 깨끗하게 소독된 집, 항상 켜져 있는 형광등. 우리가 누리는 '현대적인 삶'이 장 속 세균들에게는 어떻게 비칠까요? 최근 세계적인 학술지 셀(Cell)에 실린 연구가 이 질문에 꽤 흥미로운 답을 내놓았습니다. 요약하면 "산업화된 사회일수록 장내 세균은 서로 닮아 가고, 장은 더 긴장 상태"라는 것입니다.

12개국 35곳, 시골부터 대도시까지 장을 비교하다

해외 의학 전문 매체 뉴스메디컬(News-Medical)이 11월 4일 소개한 이 연구는 '글로벌 마이크로바이옴 보존 프로젝트(Global Microbiome Conservancy, GMbC)' 코호트를 활용했습니다. 연구진은 만성 질환이나 감염이 없다고 답한 성인 1,015명을 12개국, 35개 지역에서 모집했습니다. 인구가 드문 농촌부터 인구가 밀집한 도시까지 고루 포함됐습니다.

연구진은 대변 속 세균 유전자를 깊이 있게 해독하는 샷건 메타게놈 분석을 했고, 913명은 사람 쪽 유전자형까지 함께 분석했습니다. 장 속 세균과 그 세균을 품은 사람, 둘을 하나의 '메타 생명체'로 보고 통째로 들여다본 셈입니다.

다양성은 줄고, 세균 구성은 비슷해지고

결과는 꽤 선명했습니다. 산업화된 생활 방식일수록 장내 세균의 다양성이 낮았고, 이런 경향은 나라가 달라도 비슷하게 나타났습니다. 나라는 달라도 산업화된 도시 사람들의 장 속 풍경은 점점 닮아 간다는 이야기죠. 게다가 산업화된 집단은 세균 군집의 연결망 안정성도 더 낮았습니다. 다양한 선수가 고루 뛰던 팀이 몇몇 주전에게만 의존하는 팀으로 바뀌는 모습과 비슷합니다.

장의 '긴장 지표'는 8배 이상

더 눈길을 끈 건 사람 몸 쪽 변화였습니다. 산업화된 참가자들의 대변에서는 장 점막 면역에 관여하는 분비형 면역글로불린A(sIgA)가 평균 2배 이상 많았고, 장 스트레스 지표인 크로모그라닌A(CgA)는 8배 이상 높았습니다. 283명을 대상으로 한 추가 분석에서는 산업화된 사람일수록 IgA가 강하게 달라붙은 세균이 더 자주 관찰됐습니다. 우리 면역계가 장 속 세균을 그만큼 더 '경계'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다만 염증 지표인 칼프로텍틴은 산업화 정도와 뚜렷한 관련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또 기존의 '장 건강 점수'(GMHI)는 비산업화 사회 6개국에서 중앙값이 0으로 나와, 지금 쓰는 장 건강 기준 자체가 산업화된 사람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졌을 수 있다는 점도 드러났습니다.

같은 주의 또 다른 소식, "피로 장을 읽는다"

장내 세균 연구는 요즘 정말 바쁩니다. 11월 3일 뉴스메디컬이 소개한 이탈리아 피렌체 연구진의 논문(QJM 게재)은 장내 세균이 만드는 단쇄지방산을 대변이 아닌 혈액에서 측정했습니다. 셀리악병, 대장암, 비만 환자와 건강한 사람 등 193명을 비교했더니, 혈액 단쇄지방산 모델은 95%, 대변 모델은 59%의 정확도로 집단을 구분했습니다. 연구진 스스로 규모가 작아 더 큰 검증이 필요하다고 밝혔지만, 장 건강을 들여다보는 창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먼저 오해부터 정리하겠습니다. 연구진은 이런 변화가 장 장벽을 실제로 손상시키는지, 감염이나 만성 질환 위험을 높이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분명히 밝혔습니다. "도시에 살면 장이 망가진다"는 식의 결론은 금물입니다.

그래도 우리 장 속 세균이 생활 방식에 반응한다는 사실은 기억할 만합니다. 일상에서 해 볼 수 있는 일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 가공식품 대신 채소, 콩, 통곡물 등 다양한 식재료를 골고루 먹기
  • 끼니를 거르지 않고 천천히, 규칙적으로 식사하기
  • 의사 처방 없이 항생제를 임의로 먹지 않기
  • 속쓰림이나 소화불량, 배변 습관 변화가 계속되면 참지 말고 진료 받기

증상이 있다면 진료와 치료가 먼저입니다. 그 위에 식탁을 조금 더 다채롭게 꾸며 보고 싶다면, 수천 년 전부터 그리스 사람들이 즐겨 온 매스틱처럼 오래된 지혜가 담긴 재료에 관심을 가져 보시는 것도 즐거운 시작이 될 수 있겠습니다.

내 장 속 작은 이웃들을 위해, 오늘 저녁 식탁에 채소 한 접시 더 올려 보시죠.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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